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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원전 사고를 다룬 탐사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멜트다운: 스리마일섬의 진실'은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원자력 사고를 다룬 종합 탐사물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스미스소니언 채널이 제작했으며 스리마일섬 핵사고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전직 원전 노동자, 전문가, 언론인, 개인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왜 원전사고가 발생원인과 원전 회사와 정부 관계자들의 대응, 그리고 재난으로 인한 여파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사건의 기술적 복잡성은 충분한 백업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연출된 것이 특징이다.
스리마일섬 원전의 내막, 문제는 따로 있었다
멜트다운: 스리마일섬의 진실은 사회적, 정치적 측면을 다룬 작품으로 이미 쟁쟁한 수상 경력이 있는 유명 감독 롭 엡스타인과 제프리 프리드먼이 연출을 맡았다. 1979년 3월 28일, (그러니까 우리가 기억하는 체르노빌 핵발전 사고(1986년) 보다 훨씬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 시스템 밸브가 열리며 냉각재의 손실과 원자로 노심의 부분적인 용융이 발생되면서 시작되었다. 공장 운영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 우왕좌왕했다고 공식적으로는 알려져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그들은 이미 충분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원전 산업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서 원전의 위험성이 불거지는 것이 두려워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가 문제를 오히려 더 악화시켰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발전소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주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던 사이 이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혼비백산한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미친 듯이 탈출하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심감이 급속도로 퍼져나가 탈핵 운동이 미국 영토 내에 광범위하게 발생하였다. 발전소 관계자들과 정부는 그간 방사능 유출의 위험이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주민들에게 설파하고 다녔기에 사람들은 더더욱 원전 관계자와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깡그리 무시하고 기술을 맹신했을 때 이런 일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에너지 공급을 말하기 전에 생각해 볼 것
이 영화는 원전 사고 이후, 수습을 하면서 벌어진 일에 대한 실태를 더욱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시설 수습 작업에 참여한 회사 백텔의 직원이자 내부 고발자인 리처드 파크스는 정화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밝혔다. 당시 정화 작업에 많은 위험이 있었음에도 시간이 곧 돈이니 만큼 어떻게 서든 빨리 정화 작업을 끝내라는 것이 회사의 태도였던 것이다. 방편 중의 하나로는 원자로 용기의 뚜껑을 크레인으로 들어내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매우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담겨있는 원자로 뚜껑의 무게를 견딜 만큼 크레인이 튼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작업을 하다가 원자로 뚜껑이 떨어져 폭발하면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파크스의 용기 있는 고발로 우선 크레인 작업은 중지되었고 대대적 정비 후 1년이 지나서 수습 작업은 다시 시작되었다. 파크스의 내부 고발 이후로 스리마일섬 원전이 건설되기 전부터 있었던 고질적인 위법 행위(안전 보고서 조작과 문서 파기 등) 등은 하나둘 지속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에 더해 이 다큐멘터리는 방사능이 유출된 것을 알면서도 사고 첫날 주민을 대피시키지 않고 머뭇거린 원전 회사와 원자력 안전 규제 위원회의 책임까지 묻는다. 그들은 피폭의 위험성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낙인이 찍힐까 밝히기를 꺼렸던 것이다.
3월 11일은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일이다. 12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여전히 수습되지 않았고 올해는 심지어 원전을 담는 탱크의 저장용량이 올해 다 차기 때문에 이를 해양에 방류하기까지 한단다. 이렇듯 아직 인류에게는 핵사고의 위험성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이 없다. 이미 인류는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사고는 원자력의 잠재된 위험을 알려주는 사건들을 겪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너지 소비와 공급이라는 측면에만 원자력을 바라보고, 안전의 관점으로는 원전의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 핵발전이 없으면 에너지를 어디서 수급할 것이냐라는 게으른 핑계 앞에서 자꾸 핵산업의 배만 불리는 행동만 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이 다큐를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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