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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추락한 인터넷 스타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하이커>는 소셜미디어로 한 순간에 뜬 노숙인 히치하이커 카이가 3개월 오래간만에 범죄인 신세가 되어 몰락하는 과정을 담은 실화 기반 넷플릭스 범죄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3년 초 캘리포니아에서 갑자가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한 남성으로부터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손도끼를 휘두른 노숙인 히치하이커의 TV 인터넷에 출연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짤막한 인터뷰 클립은 온라인상에서 엄청나게 바이럴 되며 사람들은 카이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는 사람의 실체를 알기도 전에 그를 영웅으로 칭송해 버리는 언론의 광란을 탐구하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인터넷스타에서 1급 범죄자로
이 다큐멘터리는 오리건 주 시골의 작은 마을 출신인 카이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속박되는 것을 거부하는 그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히치하이킹을 시작했고 물건을 소유하지 않으며 수년 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기는 히피이자 히치하이커로 묘사된다. 그러고 나서 무엇이 카이를 이렇게 추락하게 만들어졌는지 그를 경험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카이의 실체를 낱낱이 밝힌다.
2013년 3월 1일, 한 거구의 백인 남성이 공사장으로 차을 몰고 돌진하여 공사 중이던 작업자가 다치고 그를 돕는 여성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히치하이커는 차량에서 내려 여성의 목을 조르고 있던 남성의 머리를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던 손도끼로 여러 번 내리쳤다. 덕분에 여성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때마침 현장에 있었던 지역방송국의 한 취재진이 그 히치하이커를 취재하게 된다. 그가 운전자를 내리치는 과정을 묘사하며 뱉은 'Smash, Smash, Smash'는 인터넷에서 밈으로 회자되었고 이 밈은 수많은 패러디로 만들어지게 된다. 하루아침에 무일푼 히치하이커에서 의인으로 떠오른 카이를 취재하기 위해 킴 카다시안 쇼 등 수많은 매체에서 러브콜을 보내지만,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카이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길 위에서 그를 취재한 지역방송국의 취재원뿐이었다. 여러 번의 연락 끝에 카이에게 회신을 받은 취재원은 그에게 '당신은 지금 인터넷 스타고, 당신의 이름으로 쇼를 제작하고 싶어 하는 제작자들이 많다'며 인생의 바꿀 기회임을 이야기해 줬지만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카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중에는 설득 끝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리얼리티 쇼 중에 하나인 지미 펠런 쇼에 출연하게 되고 그의 인기는 전에 없이 치솟게 된다.
하지만 그의 얼마 지나지 않아 뉴저지에서 70대 변호사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카이가 지목되게 된다. 해당 변호사가 사망하기 전 보였던 마지막 행적에서 카이가 함께 동행하고 있었던 사실이 포착되었기 때문(변호사는 기차역에서 카이에게 표를 사주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카이는 진짜 범일일까? 인터넷 스타에서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된 카이는 과연 잡힐 수 있을까?
언론의 스타만들기
카이의 어린 시절부터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카이가 정성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별 것 아닌 일에도 과도하게 행동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운전자를 손도끼로 내리찍었다는 것은 그가 영웅으로 칭송받을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이 과도한 반응이 아니었는지를 질문하게 한다. 또 지미 펠런 쇼에 인터뷰를 하던 카이는 모든 뚱뚱한 백인 남성을 죽어야 한다는 의미 심장한 발언을 웃으면서 내뱉는데, 이 또한 그가 가지고 있는 분노와 삐뚤어진 세계관을 유추하게 해 준다. 또 다큐멘터리에서 한 인터뷰어는 카이가 한창 유명해지고 나서 그가 주변인들에게 지나가듯이 의미심장한 말을 농담처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은 그가 손도끼로 내리찍었던 운전자에게 자신이 마리화나에 이상한 약물을 타서 권했다는 말이었는데, 그 말은 즉슨 그가 운전자 몰래 약물을 복용하게 했고 그로 인해 그런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운전자가 공사장으로 돌진하고 지나가던 여성을 위협한 사건)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카이는 자신이 범죄가 일어날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가 되고, 자신이 빌미를 제공한 범죄를 막음으로써 영웅으로 칭송받게 된 꼴인 것이다.
많은 뉴스와 언론 매체들은 카이의 정신상 태나 그가 애초에 어떤 인물인지 정확한 판단 없이 그를 불의를 참지 않는 의인으로 칭송했고, 그 덕분에 명성을 얻는 카이의 고삐는 완전히 풀려버리고 이제 자유분방함을 넘어서 사회에서는 통용되어서는 안 되는 살인까지 자행하게 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거나 판단할 겨를도 없이 돈이 되겠다 싶은 인물을 스타로 만들기에 혈안이 된 언론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당시 그를 칭송하는데 일조하던 미디어 관계자들의 반성적인 인터뷰로 이야기를 쌓아 올려 나간다. 미디어를 더 쉽게 접하게 된 요즈음,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옥석을 가려내고 언론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시청자는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미디어는 어떤 태도로 취재에 임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추천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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