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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 내에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폭탄이 터진다
<이블 지니어스>는 2003년 펜실베이니아주의 이리라는 지역에서 발생한 "칼러 폭탄(또는 피자 폭탄 테러라고도 일컫는다)" 은행 강도 사건을 둘러싼 사건과 그 배후를 파헤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경찰 관계자, 희생자 브라이언 웰스의 가족 그리고 이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사건 자체가 굉장히 기이하고 미스터리하여 많은 범죄 관련 콘텐츠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피자맨은 누가 죽였나?
사건의 주요 인물인 브라이언 웰스는 '마마미아'라는 동네 피자집에서 30년 간 피자 배달부로 일한 46세의 미혼 백인 남성이다. 그가 일하면서 업무 시간을 어긴 일은 딱 한 번이었는데 바로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라고 한다. 그만큼 굉장히 성실하게 살아가던 소시민이었던 것.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은행에 들어가 금전을 요구하는 쪽지를 창구 직원에게 건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웰스가 건넨 메모에는 그가 지금 목에 폭탄을 걸고 있으며 일정 시간 내에 돈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목에 걸린 폭탄이 폭발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돈을 받은 후, 웰스는 은행을 유유히 떠났지만 은행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게 체포되어 두 손을 결박당한 채 주차장에 앉아 있었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웰스의 목에 걸린 폭탄은 실제로 터져서 웰스는 목숨을 잃고 만다.
웰스는 경찰에게 결박 당하고 있는 동안 자신이 은행 강도가 아닌 인질이라고 말하며 당시 다급하게 했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피자 주문을 갔다가 흑인 세 명에게 인질이 되었고 그들이 총으로 위협하며 자신의 목에 폭탄을 부착했다고 증언했다. 범인들은 웰스가 은행에 가서 돈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따르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지시를 어길 경우 폭탄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이 상황은 진짜이며, 빨리 폭탄을 풀어달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그 상황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할 수는 없었다. 결박 당한 상황에서 이따금 '사장님께도 이야기했나요?'라고 경찰에게 말하기도 했는데, 그 상황에서도 직장에서 자신을 근무시간 이탈로 여길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 결국 시간이 흐르고 웰스의 목에 걸린 폭탄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웰스는 당황한 듯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지만 이내 폭탄은 터지고 그는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폭탄 제거반이 도착하기 3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경찰은 웰스의 차를 수색해 증거물들을 찾았고, 실제로 범인들이 공들여 쓴 범죄 지시서와 지팡이로 위장한 샷건이 발견되었다. 실제로 웰스가 목에 차고 있던 폭탄은 굉장히 공학적인 지식이 해박한 사람이 만들 것처럼 그 모양새가 정교했다고도 한다. 이 사건은 그가 살고 있던 조용한 도시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텔레비전과 조간 신문에도 대서특필되며 지역 사회를 크게 뒤흔들었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지역 신문의 취재팀이 웰스가 마지막으로 피자 배달을 갔으며 인질로 잡혀 폭탄이 장착된 것으로 추정되는 야산 텔레비전 중계탑으로 취재를 하게 된다. 하지만 경찰을 봉쇄로 제대로 촬영을 할 수 없었고, 그래도 멀리서 앵글을 담을 수 있는 수풀을 지나가다가 인근에 집 한 채를 발견하게 된다. 그 집에는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중년 백인 남성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그는 자신을 빌 로드스타인이라고 소개한다. 기자들은 빌 로드스타인의 도움으로 촬영 앵글을 잡으려 그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돌아온다.
하지만 웰스 사건이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빌 로드스타인이 911에 긴급 전화를 걸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빌이 자신의 집 냉동고에 시체가 들어있다는 신고을 했던 것이다. 경찰은 빌을 바로 체포했고 그는 자신이 그동안 죄책감으로 인해 시달려 왔으며 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었따고 이야기를 한다. 경찰은 빌의 집에서 그가 써놓은 유서를 발견했다. 그 유서에는 얼어붙은 시체는 제임스 로든이며, 자신은 제임스 로든의 죽음과 관련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사건이 웰스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명시하는 문장도 남겼다고 한다. 빌은 자신의 옛 여자친구인 마조리 암스트롱이 돈 문제로 자신의 현 남자친구인 제임스 로든과 다툼을 벌이다 그에게 총을 쐈고(그 시기가 브라이언 웰스가 폭탄으로 사망하던 시점과 비슷하다), 마조리가 제임스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으로 마조리는 체포되어 20년 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리고 2005년 어느 날, 마조리는 경찰에게 브라이언 웰스 사건이 주모자가 빌 로드스타인이라며 자백하게 되는데... 사건의 진실은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몰입력이 끝내주는 범죄 다큐멘터리
총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비평가들로부터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제 자체가 쏘우 실사판처럼 '목에 폭탄을 단 인질'이 은행을 터는 이야기인데다가, 이 사건의 장막에 있던 마조리 딜 그리고 빌 브라이슨이라는 두 인물의 사건의 수면으로 드러나며 이야기의 진실이 분분하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두 인물이 자신들을 변호하며 보여주는 행동의 교묘함, 사람을 다루는 전형적인 조정자 같은 모습 때문에 제목이 이블 지니어스가 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다큐멘터리는 웰스가 실제 자발적으로 이 강도 사건에 가담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며 이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마조리 딜 암스트롱과 빌 로스타인 등 사건과 관련한 인물의 미심쩍은 정황을 낱낱이 파헤친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건을 새롭게 조명하고 범죄를 둘러싼 증거와 이론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을 취해 마치 하나의 사건 파일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중요한 건 이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이 의문을 제기하지만 실제 진실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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