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1. 28.

    by. 새우깽

    맨 손에서 필리핀 카지노계의 대부가 된 남자 

    드라마 <카지노>는 어려운 형편에서 깡 하나로 버티며 살다가 우연히 흘러 들어간 필리핀에서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계의 왕이 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타고난 사업 수완과 깡으로 필리핀 정계인사에서부터 조폭 건달, 한인사회까지 모조리 접수해 버린 주인공 차무식은 그의 수하에 있던 부하가 저지른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건 베팅을 하게 되는 이야기로 그려진다. 특히 이 드라마는 지독하게 가난했지만 머리는 좋았던 차무식이라는 인물을 어린 시절부터 조명하며 그가 지금 왜 이런 인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의 어떤 면모로 사람들의 신뢰와 환심을 사고 자신의 마수를 넓혀갈 수 있었는지를 아주 탄탄하게 그려낸다. 최민식이 연기하는 차무식이라는 인물의 치밀함, 카리스마를 보고 있노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 최민식, 손석구를 포함한 기타 조연들의 명연기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준다. 평소 스릴러, 누아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드라마를 꼭 추천한다. 

     

    디즈니+오리지널 16부작 드라마 

    <범죄도시1>로 주목을 받은 강윤성 감독이 연출한 16부작 디즈니+오리지널 드라마다. 현재 시즌 1(총 8편으로 구성)까지 공개되어 있고 2023년 2월 15일부터 시즌 2(총 8편으로 구성)가 공개된다. 디즈니+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치고 욕설, 폭력성 등의 수위가 심해 한국드라마 중세번째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영화감독인 그가 <카지노>를 드라마로 만든 이유는 자신이 지향하는 사실적인 이야기와 표현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틱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해야 하는 영화와 달리 호흡이 긴 드라마를 택해 조금 더 스크린 안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 강윤성 감독은 실제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심층적으로 인터뷰하여 각본을 짰다고 하는데, 그는 드라마를 통해 이 드라마를 보는 관객이 실제 필리핀에서 저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극적인 리얼리티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의외로 손석구가 연기하는 경찰 캐릭터 오승훈은 시즌 1에서 4부작이 되어서야 출현하여 지금은 유명배우가 된 손석구의 비중이 다소 도입부에 적은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의 해방일지>로 손석구가 배우로 급부상하기 전에 <카지노>의 각본이 완성되고 촬영을 들어갔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배우 손석구에 대한 비중이 다소 크게 다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필리핀에 파견된 한국 경찰로 나오는 손석구의 영어 실력이 수준급인데 실제로 그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으며 대학교도 미국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알'로도 다뤄진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실화 

    이 드라마 시즌 1의 6화, 7화에서 나오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은 실제 발생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는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교사 사건으로 알려져 있고,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1115회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비밀, 138억은 어디로 사라졌나?'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이 실제 사건을 일으킨 실제 범인은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고 있던 박왕열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한국에서 금융사기를 치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남녀 3명을 숨겨주는 댓가로 그들에게 투자금을 받았고, 이후 투자로 인한 수익금 분배를 요구하는 일당 3명을 총기로 살해하여 사탕수수밭에 유기했다. 이 사건으로 그가 갈취한 돈은 우리 돈으로 약 138억 원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한국에서 금융사기를 치고 도주한 2명의 한국인이 범죄로 은닉한 재산을 차무식(최민식 분)의 수하 부하에게 세탁하려다가 돈에 눈이 먼 부하에게 교살 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다시 실제 사건으로 돌아와 이후 박왕열은 한국과 필리핀 공동 수사로 검거되었지만 그 과정에 2번이나 탈옥을 하게 되는데 그가 탈옥을 하게 되는 경위(한 번은 재판에서 호송 도중 박왕열의 여자친구가 경찰과 박왕열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실제 경찰과 식사 도중 화장실로 빠져나가 탈출했다고 한다)가 너무나 허술하여 박왕열에게 돈으로 매수된 부패한 경찰들이 일부러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있기도 하다. 언론 인터뷰에서 현지 식당 주인은 경찰들이 굳이 박왕열을 잡으려 하지도 않았다고 말한 바도 있다. 그만큼 박왕열이 돈으로 경찰들을 수매한 것이 분명하다는 의심이 더 짙어지는 증언이다. 그 후 도주 중에 그는 전세계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마약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그가 국내에 유통한 필로폰이 약 300억 원 규모였다고 한다. 이후 마약상으로 큰돈을 벌어 들이던 그는 필리핀 현지인의 신고로 다시 검거되었으며 현지에서 징역 최대 60년을 선고받고 필리핀에서 복역 중에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필리핀 당국에 범죄인 국내송환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