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뭄바이> 긴장감 넘치는 테러 실화 영화

<호텔 뭄바이> 실제 2008년에 테러를 당했던 타지 호텔을 배경으로 했다

인도판 911테러를 다룬 영화, 줄거리

황금색의 바닷물결이 일렁이는 뭄바이 바닷가, 10여 명의 청년은 고무보트를 타고 뭄바이로 보이는 듯한 도시로 향한다. 그들이 꽂은 이어폰에서는 "알라께서는 너희를 위해 천국을 예비하셨다"와 같은 불길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런 메시지에 수년간은 세뇌되었을 듯한 청년들의 표정은 비장하다. 해상에 접근한 그들은 무직한 가방을 여러 개 둘러 매고 고무보트에서 내린다. 여러 팀으로 찢어진 그들은 택시를 타고 서로 다른 목적지로 향한다. 

 

화면이 바뀌어 크고 화려한 호텔을 비춘다. 바로 뭄바이 시내에 위치한 '호텔 뭄바이'.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격식있는 호텔은 아침부터 VIP 손님준비맞이에 한창이다. 호텔의 수석 셰프 오베로이는 주방에서 직원들을 모아 놓고 오늘 어떤 손님이 오는지, 그들의 취향은 어떤지 등을 직원에게 브리핑하고 그들이 손님을 맞이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시킨다.

 

한창을 성업 중이던 호텔, 하지만 모두가 평화로운 그때 갑자기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입구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현지인부터 관광객까지 겁에 질린 사람들은 호텔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호텔 가드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주변 기차역과 인근 카페 등에서 테러가 자행되었고 이 곳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호텔 뭄바이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호텔 지배인은 혼비백산한 사람들을 호텔 안으로 들여보내고, 어수선한 틈을 타 테러리스트들도 함께 호텔 안에 들어온다. 이내 클래식이 잔잔하게 퍼지는 호텔 로비에 기관총 소리가 울려고 시작하는데... 발견당하는 즉시 사살되는 사람들. 호텔 직원들과 투숙객들은 과연 무사히 살아남아서 '호텔 뭄바이'를 탈출할 수 있을까? 

 

 

종교 갈등으로 빚어진 비극, 실제 사건은?

<호텔 뭄바이>는 파키스탄의 이슬람 테러집단(라쉬카르 에 타이바)에 의해 뭄바이 시내 한 복판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놓고 오랫동안 영토싸움을 이어오고 있었다. 또한 두 나라의 종교가 달라(인도는 힌두교, 파키스탄은 이슬람교) 이러한 종교적 갈등 또한 심화된 상태였다. 라쉬카드 에 타이바 또한 카슈미르를 차지하기 위해 활동하는 무장단체이고, 이러한 메시지를 인도인들에게 던지기 위해 2008년 11월 26일 뭄바이를 테러하게 된다. 

 

이 테러 사건에는 이 무장집단에서 오랫동안 양성된 10명의 테러리스트들이 투입되었는데, 그들은 영화에서처럼 해상으로 몰래 잠입한 뒤 5개 조로 나뉘어 시내 한복판에서 무자비한 살상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총 350명의 부상자와 19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들이 뭄바이 시내에서 테러를 자행한 곳은 총 6군데로 기차역 1곳(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려 58명), 레오폴드 카페(10명), 나리만 하우스(7명), 오베로이 트라이던트 호텔(30명), 타지 호텔(31명), 병원(6명)이 있다. 

 

10명의 테러리스트가 뭄바이 시내를 마음껏 휘젖고 있었지만 인도 경찰은 조기 진압에 실패했다. 당시 경찰관 대부분은 민간인 진압을 위해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무기는 몽둥이 같은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총을 가지고 있는 경찰관도 있었으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명중률이 굉장히 낮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총 공격이 있는지 90분이 지나서야 인도군 대테러부대를 200명 출동시켰는데, 문제는 인도의 군보안기지가 한 군데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뭄바이에서 1,400km나 떨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출동이 지연된 탓에 테러범들은 10시간 동안 마음껏 그들이 목적한 곳들을 활보하면 테러를 자행할 수 있었다. 당시 타지마할 호텔('호텔 뭄바이'의 배경이 된 호텔)에서는 한국 총 영사관 주최가 있어 한국 외교관과 교민 26명도 머물렀다고 하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행사 장소는 실제 테러 공간이 있었던 구관과는 분리되어 있어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이때 이 행사에 참석했던 한 한국인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자신의 블로그에 자세히 기록하여 회자가 되기도 했다. 이 테러사건은 경제 중심지인 뭄바이에서, 또 특히 서양인을 주로 노렸다는 점에서 인도에서 일어난 911 테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3박 4일 간 지속되다가 테러 전담팀에 의해 막을 내렸다. 범인 9명은 현장에서 사살되었고 21세의 테러범 한 명이 생포되었다. 

 

보는 내내 현장에서의 긴장감 느껴져 

이 테러 사건을 뉴스에서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당시 범인들이 미국이나 영국여권 소지자를 따로 추려내어 사살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뉴스에서 울려 퍼지곤 했었다. 영화 뒷 부분에서도 부유한 투숙객을 따로 한 방에 모아놓은 장면이 나오는데, 부유하거나 영향력 있는 투숙객을 따로 골라 죽여 테러집단의 힘을 과시하려고 했던 것처럼 나온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만으로 아무런 죄없이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종교라는 미명하에 어린 나이부터 세뇌되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조차 각성되지 않는 테러범들을 보면서 진짜 악은 과연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게 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당시에 테러 소식을 실제 뉴스로 보던 기억이 떠올라 긴장감이 훨씬 더 했다. 기관총을 들고 돌아다니는 테러범들을 피해 숨 죽여 도망가야 했던 사람들, 손님들을 지키려 도망치지 않고 비상구나 범인이 찾기 어려운 공간으로 안내하던 호텔 직원들 등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기라도 한 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이었다. 실제로도 타지 호텔(영화의 실제 배경이 된 장소) 사상자 중 절반은 고객의 절반을 지키려 남은 직원들이었다. 호텔의 식당은 3개월 후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복구되기까지는 21개월이 걸렸고 호텔이 재개장하는 날 생존한 고객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이 아직도 이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