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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을까?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싱글맘이자 에이미. 그녀는 종합병원에서 야간에 중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다. 야간근무 도중 늙은 환자를 처치하다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하는 에이미. 그녀는 사실 심근경증을 앓고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4개월은 더 근무해야 하고 또 자신이 아니면 건사할 수 없는 두 아이를 생각하면 일을 그만두는 건 그녀에겐 사치다. 더군다나 그녀는 자신의 몸 상태 때문에 병원에서 해고를 당할까 봐 늘 노심초사한다. 이때 찰스 칼런이라는 남자가 새 간호사로 병원에 고용된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친절해 보이는 신입 간호사 찰스 칼런과 에이미는 함께 야간 근무를 하게 된다. 눈치 빠른 찰스는 에이미의 질병을 눈치채고 병원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몰래 심근경증 약을 빼돌려 에이미에게 건넨다. 에이미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다정한 남자 찰스에게 점차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상하게도 찰스가 고용된 이후부터 병원의 환자들이 하나둘씩 사망한다. 에이미는 다정하고 친절해 보이던 그 남자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점점 자신을 친근하게 대하는 찰스가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사건을 파헤치던 에이미는 어느 날 찰스의 이전 직장 동료로부터 그가 예전부터 수액에 인슐린이나 디곡신같은 약물을 넣어 환자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었다는 걸 듣게 된다. 계속 사건을 은폐하려는 병원과 찰스의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간호사 에이미. 과연 에이미는 그의 유죄를 증명할 수 있을까?
실제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나
한국제목으로는 <그 남자, 좋은 간호사> 영어 제목으로는 <The Good Nurse>이다. 이 영화는 간호사 찰스 컬린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영화의 실제 인물인 찰스 컬린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뉴저지주와 펜실베니아주의 10개 병원에서 근무하며 약물 투여로 무려 40명의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사 종료 이후 담당 형사에 따르면 그가 시인하지 않은 범죄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족히 약 400명에 달할 것이라 추정된다.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속출했음에도 그가 10개의 병원에 계속 재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실한 의료시스템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병원 측의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근무한 회사들은 모두 당연히 찰스 컬린이 환자들의 죽음의 배후에 있을 것이란 정황은 있었지만 별도 조사 없이 찰스 컬린을 해고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찰스 컬린은 자신이 죽음을 통해 환자를 고통으로부터 해방한다는 망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찰스 컬린을 '죽음의 천사'로 부른다고 한다. 그는 397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까지도 복역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에 환자의 죽음의 정황이 의심스러울 경우 바로 당국에 신고할 수 있었는 시스템이 도입됐다고 한다. 이 사건은 워낙 유명한 터라 2000년대 초 우리 안방을 지키면 서프라이즈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
마무리하며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 찰스 컬린은 또다른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지닌 존스라는 간호사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에 <그 남자, 좋은 간호사>라는 제목의 스릴러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봤을 때 바로 <지닌 존스 사건>을 모티브로 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 이러한 실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장 끔찍한 건 환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명을 지켜야 할 의료진이 어쩌면 더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도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약 주고 재워 버리고 싶다", "2시간 만에 하늘로 보내버렸다"와 같은 글을 올려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실제로 논란 이후에 이 간호사가 누구인지 밝혀지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병원의 입장이 표명되기는 했지만 그 이후의 후속 보도 자료는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부디 그런 의료인 자격이 없는 간호사가 그가 저지른 언행에 버금가는 조처를 받았기를 바란다. 이 영화는 <인터스텔라>의 성인이 된 딸 역으로 유명한 제시카 차스테인 그리고 <대니쉬 걸>로 출중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에디 레드메인이 출연한다. 두 배우 모두 오스카 수사경력이 있는 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몰입감을 놓을 수가 없다. 평소 무서운 걸 잘 못 보거나 스릴러물의 공포감을 즐기지 못하시는 분이라면 잔잔한 스릴러물로 추천할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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