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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중립국이 전쟁에 휘말리다
2023년 넷플릭스 한국주간 순위 1위를 차지했던 노르웨이 영화 <나르비크>는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린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의 작은 도시 '나르비크'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이 '나르비크 전투'가 히틀러가 처음으로 패배한 전투라는 것이다(물론 그 패배는 아주 짧았다. 약 2달 정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는데 제 2차 세계대전으로 노르웨이까지 전쟁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적잖이 충격이었다. 노르웨이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연합국(미국, 영국, 소련, 프랑스 등)과 추축국(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 등) 중 어느 편에도 들지 않고 중립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철광석을 나르는 주요 기지가 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원치 않게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철광석 자원이 풍부했던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나르비크는 스웨덴 등지에서 나는 철광석(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주요한 자원)을 나르는 중요한 수송항구이자 수송철도를 가진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독일로 향하는 철광석 운송을 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영국은 나르비크 해안에 기뢰를 설치했고, 이를 깃점으로 독일과 영국이 서로 나르비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독일군은 재빨리 무력으로 작은 도시 나르비크를 점령하고, 영국군은 이때부터 이 도시에 엄청난 폭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아무런 죄 없는 민간인과 작은 마을이 두 진영의 정치 싸움을 이유로 희생당해야 했던 슬픈 역사를 다루고 있다. 마치 좌파냐 우퍄냐를 두고 아무런 죄 없는 민간인들이 대거 희생당한 제주 43 사건도 문득 떠올랐다(이때 제주도민의 10%가 희생됐다고 한다).
<나르비크> 줄거리
독일이 나르비크를 점령한 상황에서 독일영사 부소는 호텔 직원 잉리드에게 통역을 부탁한다(그녀는 영어와 독일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줄 안다). 동시에 독일이 나르비크를 점령하자마자 상황이 위태로워진 영국의 영사 두 명은 만약 독일군이 자신들을 발견되는 즉시 죽을 것이라며 잉리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걸 원치 않았던 잉리드는 그들을 외딴 오두막에 숨겨준다.
한편, 노르웨이 군인인 잉리드의 남편 군나르는 상부의 지시로 독일로 철광석을 싣고 가는 철도 폭파 작전에 투입된다. 가까스로 철도를 폭파했으나 이내 독일군에게 잡힌 군나르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인질로 끌려 간다. 한편, 오두막에 숨어 있던 영국 영사는 잉리드가 통역 등을 통해 독일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거들먹거리며 이를 무기 삼아 잉리드를 협박한다. 그리고 독일 포대의 위치를 알려주시면 나중에 영국이 승전국이 되더라도 그 사실을 묵인해 주겠다고 미끼를 던진다. 이에 잉리드는 위험을 무릅쓰고 포대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영국 영사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잉르드가 전달해준 지도 정보를 바탕으로 영국은 나르비크에 폭격을 가하고 이 폭격으로 인해 잉리드의 시아버지가 죽고 아들 올레가 크게 다치게 된다. 폭격으로 생긴 상처로 감염이 되어 의식불명에 빠진 올레를 구하기 위해 잉리드는 독일 영사에게 치료할 의사를 요청하는데, 현재 전시 상황이라 부상병을 치료할 인력도 없다고 거절하는 독일 영사에게 잉그리는 영국 영사가 숨은 오두막 위치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대가로 아들 올레는 치료를 하게 되고 건강을 회복한다. 잉리드의 가장 친한 친구는 어떻게 독일군의 의사를 그 곳까지 불렀냐며 잉리드와 독일 영사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또 변절자처럼 취급한다.
한 편, 독일군에 포로로 잡혀간 군나르는 갖은 고생을 하다가 결국 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구출된다. 사기가 높아진 군나르는 다시 나르비크를 탈환할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독일군과 맞서 싸운다. 연합군과의 나르비크 탈환 작전은 성공하게 되고 나르비크에는 승전의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독일 점령 당시, 독일 영사를 도왔던 잉리드를 마을 사람들은 곱지 않게 생각했고 호텔의 안주인은 잉리드에게 더이상 이 마을에 머물 수 없을 것이라며 영사와 함께 독일로 함께 떠나는 것을 권유한다. 당시 남편의 생사도 알 수 없던 잉리드는 올레와 함께 독일로 떠나기 전 이전에 살던 집을 들렀고, 그 집을 찾아온 군나르와 함께 조우하게 된다.
실제 도시 이야기
영화에서 잠깐 나온 연합군 승전의 달콤함도 잠시였다. 1940년 5월, 독일의 지속적인 반격으로 나르비크를 재탈환한 프랑스가 수세에 몰리면서 결국 영국을 포함한 연합군은 나르비크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홀로 남은 노르웨이는 6월 10일 경, 항복 외에는 별다른 여지가 전혀 없었고 연합군과 주축국의 싸움으로 폐허가 된 작은 도시는 다시 독일 손에 넘어가게 된다.
영화 <나르비크>는 다음 영화 기준 8.2점으로 전문 평론가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연합국이든 주축국이든 한 개인에게 정치적 이념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 있으나 그 이념 싸움 때문에 살기 위한 선택을 자꾸 강요받는 한 인간의 모습을 잉리드라는 인물로 잘 그려냈다. 과연 나도 그 위치에 선 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서사 관점에서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잘 그려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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