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2. 15.

    by. 새우깽

     

     

    2009년 영화 <박쥐> 이동진 평론가의 평점은? 

    2009년, 송강호 그리고 김옥빈 주연의 영화 <박쥐>는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 평론가로 꼽히는 이동진에게 5점 만점을 받는 것도 모자라 거장 박찬욱 감독이 만든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물론 2022년에 <헤어질 결심>이 나오며 평론가 이동진이 꼽은 박찬욱 감독의 최고의 영화라는 타이틀이 뒤바뀌었지만.... 

     

    당시에 여배우로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던 배우 김옥빈은 영화 <박쥐>를 통해 태주라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면서 '시체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언론에 상당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배우 김옥빈은 영화 초반 삶을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이던 캐릭터 태주가 뱀파이어 신부 상현(송강호)을 만나면서 삶에 대한 욕망과 생기를 얻어가는 모습을 소름 돋게 잘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에서 5대 팜므파탈 캐릭터를 꼽으라면 나는 반드시 김옥빈이 연기한 태주를 꼽을 것이다. 

     

     

     

    <박쥐> 스토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은 죽어가는 환자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 밖에 없다는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한다. 하지만 이내 아프리카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자원하게 되고 자신의 몸을 희생으로 삼아 백신이 개발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결국 상현은 치료 중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하지만 병원에서 수혈받은 정체 불명의 피로 인해 기적적으로 소생하게 된다. 하지만 그 피는 뱀파이어의 피였던 것인지 그 이후부터 상현은 새빨간 피를 탐하게 된다. 신부였던 상현은 살인을 원하지 않지만 피를 마시지 않으면 이내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면서 살인도 그렇다고 마음껏 흡혈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그가 신부로 있는 병원 환자의 링거에서 피을 뽑아 환자가 죽지 않을 만큼만 마시는 것이다. 

     

    백신 개발 현장에서 돌아온 상현은 이제 국내에서 종교적으로 기억의 아이콘이 되었다.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상현에게 몰려들어 그에게 치유의 기도를 간청한다. 그 가운데 상현은 옛 친구 강우(신하균)와 태주(김옥빈)과 조우한다. 그런 상현은 옛 친구의 부인 태주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시어머니의 구박과 무능력한 남편 때문에 늘 억눌려 살던 태주 또한 상현에게 빠져들며 둘은 비밀스러운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있는 집에서도 그리고 상현이 신부로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욕정적인 관계를 맺을 정도로 서로 깊이 빠져버린 상현과 태주. 상현은 그런 태주에게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자신이 뱀파이어라고 고백하게 된다. 그 사실에 두려움에 사로 잡힌 것도 잠시 태주는 이제 상현의 가공할 만한 뱀파이어로써의 힘을 빌미로 자신의 무능력한 남편 강우를 제거하려고 든다. 하지만 신부로써 살인만을 피하려고 하는 상현을 기질을 잘 알고 있기에 태주는 자신의 다리를 찔러 강우가 자신을 폭행한 것처럼 꾸민다. 이런 태주에게 속은 강우는 상현에게 분노하게 되고 결국 태주와 함께 강우의 살인을 공모하게 되는데... 

     

     

     

    이렇게 보면 더 재밌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를 구상하고 연출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했는데, 감독으로써 유일하게 이렇게 오랫동안 구상하여 제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뱀파이어인 상현이 사랑하는 여인 태주를 죽이지만 죄책감이 들기도 전에 그녀의 피를 흡혈하고 비로소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상현이 다시 자신의 피를 태주에게 수혈하여 그녀를 다시 뱀파이어로 되살린다는 장면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 장면을 제일 먼저 떠올렸고 그 이야기에 살을 붙여 지금의 영화 <박쥐>가 완성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감독은 언제가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프랑스 배경으로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하는데,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한 작가가 그럼 뱀파이어 이야기와 <테레즈 라캥>(<테레즈 라캥>은 친구의 아내와 불륜에 빠지는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과 친구 부인이 친구의 살인을 공모하는 내용이 주요한 줄거리다)을 함께 섞어보면 어떠냐는 제안에 두 컨셉이 혼합되어 나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테레즈 라캥>의 소설상의 범죄와 스릴러 그리고 치정이라는 스토리를 넘어서 선악을 넘나드는 뱀파이어 신부의 고뇌까지 잘 표현된 입체적인 영화로 탄생되었다. 2009년에 찍은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 봐도 신선하고 박찬욱 감독의 특유의 세련된 연출이 재밌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2022년작 <헤어질 결심>이 박찬욱 감독의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다시 찾아보고 싶다면 2009년의 그때로 돌아가 그 시절의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박쥐>를 다시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일 수도 있겠다.